더 많이 알고, 더 적게 느끼는 사회
우리는 매일 수천 개의 단어, 이미지, 영상, 감정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만큼의 ‘느낌’을 경험하고 있을까?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감정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있다.
‘인포비티(Inforbiety)’ — 정보(Information)와 비만(Obesity)의 합성어.
이는 현대인의 정신적 질병을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보를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정작 그 정보를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제 우리는 지식으로 배가 부른 대신,
감정으로는 굶주린 시대에 살고 있다.
① 지식의 홍수, 감정의 가뭄
정보가 넘칠수록 인간의 감정 반응은 둔화된다.
뉴스 속 전쟁, 사고, 비극, 분노, 자극적인 콘텐츠를 하루에도 수십 번 본다.
하지만 그중 어떤 장면이 마음에 남는가?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그것을 ‘위협’이 아닌 ‘배경 소음’으로 처리한다.
신경심리학자 폴 슬로빅은 이 현상을 ‘심리적 둔감화(Psychic Numbing)’ 이라 불렀다.
인간은 감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양이 제한되어 있다.
너무 많은 고통을 접하면 뇌는 자동적으로 ‘감정 차단 모드’로 들어간다.
결국 우리는 더 많은 소식을 알수록, 더 적게 공감하게 된다.
이것이 인포비티의 첫 번째 증상이다 —
“지식은 늘지만 감정은 줄어든다.”
② 빠른 정보는 느린 생각을 파괴한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느린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는 전전두엽이다.
이 영역은 판단, 분석, 그리고 도덕적 사고를 관장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정보 소비는 ‘속도’에 집중한다.
짧고 빠른 영상, 한 문장 요약, 자동 스크롤 피드.
그 속도는 우리의 뇌가 사고할 여유를 빼앗는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시스템 1’ – 빠르고 자동적인 생각,
‘시스템 2’ – 느리고 깊이 있는 생각.
문제는 현대의 모든 콘텐츠가 시스템 1에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를 ‘이해’하지 않고 ‘넘긴다’.
그 결과, 깊이 있는 사고력은 점점 약해지고
피상적인 판단과 감정적 반응만 남는다.
지식은 쌓이지만, 통찰은 사라진다.
③ 뇌는 데이터를 기억하지 않는다, 맥락을 기억한다
인간의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이 아니다.
뇌는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Context) 과 감정(Emotion) 을 기억한다.
즉, ‘무엇을 봤는가’보다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가
기억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감정적 연결이 없다.
우리는 뉴스의 흐름을 이해하기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숫자에 반응한다.
이는 기억의 해마(hippocampus)가 아닌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한다.
결국 정보는 ‘기억’으로 남지 못하고,
단지 순간적인 흥분으로만 존재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인간은 점점 기억이 얕은 존재,
즉, 감정의 연속성이 끊긴 존재로 변한다.
④ 정보 다이어트 – 느림의 회복을 위한 구체적 제안
인포비티는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 해답은 ‘속도의 반대편’, 즉 느림의 복원에 있다.
첫째, 정보의 양을 줄여라.
하루 3회 이상 뉴스를 확인하지 말고,
SNS 타임라인을 ‘구독형’이 아닌 ‘검색형’으로 전환하라.
필요할 때 찾아보는 습관은 뇌의 필터링 능력을 되살린다.
둘째, 정보 대신 경험을 저장하라.
책을 한 권 읽는 동안,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종이 냄새와 손의 감촉을 느껴라.
그 감각이 기억의 맥락을 강화한다.
셋째, 디지털 휴식 공간을 만들어라.
침실, 식탁, 산책길 —
이 세 곳에서는 화면을 멀리해야 한다.
인간의 사색은 빈 공간에서 태어난다.
넷째, 감정을 다시 느끼는 훈련을 하라.
뉴스를 보며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이지?”를 물어보라.
이 짧은 질문이 감정 회로를 되살리고,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첫 걸음이 된다.
🌿 맺음말 – 정보의 시대에 감정으로 살아남기
이제 우리는 “얼마나 아는가”보다 “얼마나 느끼는가”를 물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똑똑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덜 따뜻하게 만들었다.
진짜 지식은 데이터가 아니라 이해를 동반한 감정의 기억이다.
인포비티를 벗어나기 위해선,
덜 알고 더 깊이 느끼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을 스크롤하지 말고, 바라보라.
정보가 아니라 감정으로 세상을 읽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으로서 균형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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