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9 화려한 디저트는 가라, 거친 바람과 시간이 빚어낸 제주의 진짜 소울 푸드 '보리빵' 달콤한 향기 대신, 시큼하고 구수한 '삶'의 냄새 제주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양손에 무엇을 들고 계십니까? 혹시 공장에서 찍어낸 감귤 초콜릿이나, 육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케이크 상자는 아닌가요? 물론 그것들도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문화연구소'는 여러분이 조금 더 투박하고, 조금 더 못생긴 빵에 주목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제주 보리빵'**입니다. 유명한 보리빵 가게 앞을 지나면버터나 설탕의 달콤한 향기 대신 어딘가 시큼하면서도 묵직한 곡물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막걸리로 발효시킨 반죽이 찜기 안에서 뜨거운 김을 토해내며 익어가는 냄새죠. 겉모습은 세련되지 않습니다. 둥글넙적하고 누르스름한 것이 마치 제주의 오름을 닮기도 했고, 거친 현무암을 닮기도 했습니다. .. 2025. 11. 21. 미신이라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이것은 제주 사람들의 500년 된 '심리 치료'입니다 1만 8천의 신이 사는 섬, 그들이 바람을 잠재우는 법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마을 어귀나 바닷가 절벽 위에서 형형색색의 깃발이 펄럭이고, 징과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제주만의 독특한 무속 의례인 **'굿'**이 벌어지는 현장입니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은 이를 보고 "아직도 이런 미신을 믿나?" 하며 혀를 차거나, 무서운 귀신 놀음이라며 급히 자리를 피하곤 합니다.처음들어보면 굉장히 무섭고,낯설기도합니다. 하지만 '제주문화연구소'의 시선은 다릅니다. 척박한 화산섬, 언제 죽음이 덮칠지 모르는 거친 바다 앞에서 제주 사람들에게 무속 신앙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불안한 삶을 지탱해 주는 **'종교'**였고, 억울한 한을 풀어주는 **'심리 치료'**였으며.. 2025. 11. 21. 육지 사람은 절대 못 푸는 암호? 훈민정음의 잃어버린 시간을 품은 '제주어'의 비밀 [서론: 한국 땅이지만 한국말이 안 통하는 미지의 세계]제주도를 둘러보다보면, 시끌벅적한 동문시장 할망들 틈에 서 있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분명 여기는 대한민국 영토이고 다들 한국 사람처럼 생겼는데, 귀에 들리는 소리는 도무지 해석이 안 되는 기묘한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이거 얼마마씀?" 하고 물으면 "경 하민, 멩심허영 갑서"라며 알 수 없는 미소로 답하는 그들.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이 낯선 언어 앞에서, 많은 여행자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낍니다. 흔히들 '제주 사투리'라고 부르지만, 언어학자들과 유네스코는 이것을 단순한 사투리가 아닌 **'제주어(Jeju Language)'**라는 독자적인 언어로 분류합니다. 거센 바닷바람을 뚫고 전달되어야 했기에 짧고 .. 2025. 11. 21.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눕던 거인, 제주의 어머니 '설문대할망'을 아시나요? 풍경 너머에 살아 숨 쉬는 거인의 전설비행기 창문 너머로 제주도가 보일 때, 여러분은 무엇을 보시나요? 솟아오른 한라산과 그 주변에 올록볼록 흩뿌려진 수백 개의 오름들. 지질학자들은 이것을 화산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말하지만, 제주의 옛사람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믿었습니다. 저 거대한 섬은 사실, 태초에 한 거인 여신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며 빚어낸 '작품'이라고 말이죠,마치 sf소설속 신비로운 주인공처럼요 그 여신의 이름은 **'설문대할망'**입니다. 키가 얼마나 컸던지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눕고, 다리는 제주시 앞바다 관탈섬에 걸쳐놓고 잠을 잤다고 전해집니다. 빨래할 때면 한 발은 한라산에, 다른 한 발은 서귀포 앞바다 지귀도에 디디고 섰다는 상상 초월의 거인. 오늘 '제주문화연구소'는 아름다운 .. 2025. 11. 21. 바람의 섬이 끓여낸 영혼의 수프, '몸국'에 담긴 제주의 눈물과 미학 [ 잔칫날의 기억, 돌담 너머로 퍼지던 그 쿰쿰한 향기] 제주의 겨울바람은 유난히 매섭습니다. 현무암 돌담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그 칼바람을 맞아본 사람만이, 왜 제주 사람들이 그토록 뜨거운 국물에 집착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화려한 뷔페가 결혼식 피로연을 대신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제주의 결혼식은 마을 전체의 축제이자 생존을 확인하는 엄숙한 의식이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습니다. 육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르는, 약간은 비릿하면서도 묵직하고, 구수하면서도 쿰쿰한 기묘한 향기. 바로 가마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몸국'**의 냄새입니다. 이 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 단백질 한 점이 귀했던 시절, 마을 사람.. 2025. 11. 21. 태양과 바람이 빚은 붉은 대지의 옷, '갈옷'의 과학 제주의 흙을 닮은 붉은 옷, 할망의 등 뒤에서 맡던 그 냄새한여름 제주의 밭담 사이를 걷다 보면, 검은 현무암과 대비되는 붉은 갈색의 옷을 입고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육지 사람들에게는 낯선 풍경일지 모르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그 붉은 옷, **'갈옷'**은 유년 시절의 향수 그 자체입니다.어린 시절,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할머니의 품에 안기면 특유의 빳빳한 감촉과 함께 풋내 섞인 흙냄새가 났습니다. 그땐 그 옷이 왜 그렇게 뻣뻣하고 투박한지 몰랐습니다. 그저 "이걸 입어야 시원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죠.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갈옷은 단순한 작업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습하고 무더운 제주의 여름을 견디기 위해, 그리고 거친 가시덤불 속에서 몸을.. 2025. 11. 20. 이전 1 2 3 4 ··· 7 다음